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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 끝에 찾은 방향: 클라우드 엔지니어를 향해 본문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다. 졸업 유예를 하고 맞이하는 첫 봄인데, 나는 유난히 봄을 많이 타는 것 같다. 새로운 목표인 클라우드 엔지니어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면서도 마음 한켠이 싱숭생숭한 건, 계절 탓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까 고민하다가, 공부 기록을 블로그에 써 내려가다 보면 조금은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 글을 시작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2019년, 사물인터넷(IoT)학과에 입학했다. 사실 원래 지망한 건 건축학과였다. 수시 5장을 건축학과에 썼고, 나머지 한 장을 재밌어 보인다는 이유로 사물인터넷학과에 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건축학과는 전부 떨어졌고, 사물인터넷학과에 붙었다.
그때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건, 어릴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재수는 고민도 하지 않았고, 그냥 새로운 출발로 받아들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건축이라는 현실 세계에서 IT라는 디지털 세계로 넘어온 것이 그리 낯선 일은 아니었다.
'설계하고 구축한다'는 본질은 같았으니까.
방황의 기록
입학 이후를 돌아보면, 꽤 많은 걸 시도했다. 군 복무 2년, 전역 후 1년 휴학을 거치면서도 무언가를 계속 찾아다녔다. 프론트엔드, 백엔드, 데이터 분석, 머신러닝과 딥러닝까지. 각각 흥미로운 순간도 있었지만, "이게 내 길이다"라는 확신은 끝내 오지 않았다.
프론트엔드는 내가 상상하던 것과 달랐고, 백엔드는 반복적인 기능 구현에서 피로감을 느꼈다. 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딥러닝은 데이터를 다루고 테스트(검증)하는 과정 자체는 재밌었지만,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지 않았다. 4학년 2학기가 끝나갈 때까지도 나는 방향을 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지금 돌아보면,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는 불안감이 오히려 시야를 좁혔던 것 같다.
불안한 채로 선택지를 바라보면, 뭘 봐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계기는 사소했다
2025년 10월, AWS 대규모 장애 기사를 접했다. 인프라 서비스 하나 때문에 온 인터넷이 떠들썩해지는 걸 보면서, 처음으로 이 세계가 궁금해졌다. '이걸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 거지?'

그때부터 클라우드, 인프라 관련 직무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스템 엔지니어, DevOps, SRE, 클라우드 엔지니어. 내가 몰랐던 세계가 그렇게 넓을 줄은 몰랐다. 개발 외에도 이런 역할들이 있다는 걸, 약 6년 동안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게 솔직히 놀라웠다.
설계와 구축, 그리고 인프라
인프라를 알게 되면서 하나씩 연결되기 시작했다. 중학생 때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직접 띄워서 친구들이 접속할 수 있게 플러그인을 설정하고 운영했던 기억이 있다. 그 PC는 이사하면서 이미 버렸고 남은 증거는 없지만, 기억만큼은 선명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처음으로 '환경을 구성한다'는 감각을 느낀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때 백업이라는 개념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
대학교 2학년 때 '임베디드 시스템' 팀 프로젝트에서 모형 설계와 제작, 하드웨어 결합을 맡았을 때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우드락을 자르고 본드로 붙이고 설계도를 수시로 확인하던 그 과정이 지금도 선명하다. 코드를 짜는 것보다, 그것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더 맞는다는 걸 그때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클라우드 엔지니어라는 목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그것들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
4학년 2학기 종강 직후, 기초부터 쌓기 위해 리눅스마스터 2급 공부를 시작했다. 3월 14일에 시험을 치렀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가채점으로는 83.75점이라 결과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그 사이, AWS Skill Builder에서 Cloud Practitioner Essentials 강의를 듣고 있다. AWS에 어떤 서비스들이 있는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게 목표다. 특히 VPC가 마음에 들었다. 복잡한 네트워크 설정 없이 나만의 공간을 정의할 수 있다는 개념이, 건축에서 공간을 설계하는 감각과 묘하게 겹쳐 보였다.
다음 목표는 AWS SAA 자격증이다. 기초 강의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고, 개인 프로젝트도 병행하면서 배운 것들을 이 블로그에 남겨나갈 계획이다.
마무리하며
스물일곱에 방향을 정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지만, 다양하게 시도해봤기 때문에 무엇이 맞지 않는지, 그리고 무엇에 끌리는지를 더 분명히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분야가 재밌고, 계속 궁금한 게 생긴다. 그게 지금 내가 가진 가장 든든한 근거다.
이제 방황하지 않고, 멈추지 않고 계속 달려가 보려 한다.
이 글은 그 출발을 기록하는 첫 번째 포스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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